사람&사람그리고

위대한 聖者 사랑 남기시고... / 추모시'길 위에서 길을' 강은교시

노을 그림자 2009. 2. 20. 19:21

 







추모시 '길 위에서 길을'
강은교 시인  
 
  

지금쯤 어디메 하늘길 가고 계시는지요?
아니 다 가셨는지요?


여기선 하늘이 참 멉니다.
흐린 구름살(肉)만이 헌 돛처럼 펄럭거리고 있습니다


길도 우리의 길이 아닙니다
어둠의 발소리 길 위에 가득 울릴 뿐입니다
시간의 잔기침소리 길 위에 가득 춤출 뿐입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언제나 길이셨던 당신
언제나 출렁이는 잎이셨던 당신


아, 스테파노 님
지금쯤 어디메 가셨습니까

우리 길 위에서 길 잃었을 때

어디메 쯤에서 당신의 뿌리 출렁이고 계시렵니까

분홍 종소리가 울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뿌리가 달려오는 분홍 종소리 위에 사뿐 내려 앉는군요
내려와 어느새
 
저녁 걸어오는 세상 받쳐드는군요


아, 스테파노님
그 분홍 종소리 위에서
오늘 당신은 불멸(不滅)이십니다.


당신이 불멸이시니
오늘 우리도 불멸입니다


그 잎 주십시오
그 살(肉) 주십시오
그 향기 주십시오
그 뿌리 주십시오


우리 당신으로 하여 우리의 불멸 깊이깊이 받사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