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한 연고를 손 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부부란 무더운 여름 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젤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