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떠난 애인에게 ../ 글, 양애경

노을 그림자 2013. 7. 22. 22:31




네가 먼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시간
나는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어
잘 가, 잘 살아,라고
바닥에 뒹구는 잎새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숨겨 나는 말했어
하늘도 한 번 바라보았어
구름이 한두 뭉치 있지만 푸르더군

우린 화를 내다 여러 해의 그리움을 마감해 버렸어
신부가 바뀌었다고 생각지 않니?라고 나는 마음 속으로 물었어
들렸어
슬프게,
그래,라고 하는 네 마음 우린 매정한 체 하느라고 애를 썼어
사실은 자신이 없어서였을 뿐인데
그게 효과가 있었지
충분히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거지
세상에 충분한 사랑이 있다는 것처럼
아주 거만했지

물론 돌이킬 순 없지
그냥 이렇게 말하는 거지
어제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우리에게 그동안 배워온 세상 사는 기술이 있지
(배신하고 배신당한 일이 한두 번인가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게 좋아
아무쪼록 우리 죽을 때까지 그 가면 뒤에 숨어 있자
맨 얼굴 내밀지 말자

나머지 삶도 살아야 하니
잘 가, 다시는
이승에서 부르지 않을 이름

살아가는 일이 견뎌내는 일이 될지라도
잘 가, 잘 살아,
우리 이렇게 살아 가 ..


떠난 애인에게 ..- 양애경

♬..적우 - I C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