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중경삼림을 보고 돌아온 밤.. / 글, 신현림

노을 그림자 2013. 8. 7. 21:03

 






블루스가 정서라면 재즈는 양식이냐

블루스가 어머니라면 재즈는 자식의 롱다리냐
록재즈, 쿨재즈, 퓨전재즈, 재즈가 유행이군
너도 나도 배낭 너도 나도 썬글라스
유행은 즐겁지만 너무 쉽게 변하네 돈이 드네
휴식 없는 유행인 죽음이 오기까지
이 시대의 속도감을 견디기가 힘들군


왜 9월을 보며 전구알 같은 눈물을 흘리나
임청하의 가발만큼 진한 금발의 눈물을 흘린다고
겨울이 오지 않겠나 주름살이 다리미로 펴지겠나
늙어감을 천천히 슬퍼하게


아래층 여자가 또 교성을 지르는군 아아,
심란하네 아아 아파트 건물도 심란해서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림"을 듣네
오늘 개봉한 "중경삼림"을 생각하지 역시
왕가위 감독이네
그래도 그의 "아비정전"이 좋아
감각의 성감대를 찌르고 핥고 부드럽게 매만지는
매혹적인 영화 볼 시간에 창 없는 시를 누가 읽나
열리지 않는 시를 누가 들여다보나
시가 제자리에 퍼져 앉은 기분이야
강렬하고 마음을 치는 시 시선이 열린 시가 그립네
열린 의식, 열린 세상, 열린 대문, 열린 지퍼
시도 때도 없이 지퍼는 닫아주게


"진실은 아름다운 것이 될 수만은 없다
이것은 동시에 흥미로워야한다"는
브레히트 말을 소처럼 되씹어보네

혼란스럽네 시 쓰는 일이 허무한 밤이네..

중경삼림을 보고 돌아온 밤 .. - 신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