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혜화역 4번 출구../ 詩, 이상국
노을 그림자
2014. 2. 9. 23:47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 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 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 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혜화역 4번 출구..- 이상국 ♬.. MARIA ELENA (마리아 엘레나) Guit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