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화끈하게 살다가..외 / 이생진

노을 그림자 2015. 9. 1. 22:10

 







화끈하게 살다가../  이생진

화끈하게 살다 화끈하게 죽고 싶다
하루를 살아도 무아지경에서 살고 싶다
사랑 교미 출생 그리고 성장
추광성에 끌려
가로등을 들이받으며 춤을 추다가
이른 새벽 죽어 버린 하루 살이
불에 뛰어 들어 태워버린 육신

부검하지 마라
시신에 손을 대지 마라..






막걸리 같은 약속../  이생진

어젯밤 인사동 순퐁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약속했다
장마가 끝나면 선유도에 가자고
그건 선유도의 풍광을 이야기하다 그도 나도
물에 빠진 것인데

약속한 다음 날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그곳에 갈 나이가 아니다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보내 그 약속을 찢어버렸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도 문자를 보내
한 잔 두 잔 마시다보니 막걸리에 빠져서
약속한 것인데 도저히 지킬 수 없어
고민 중이었다며
취소된 약속을 기뻐한다
그래서 막걸리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







바다에 오는 이유../  이생진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조수미 - 보리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