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위층 사는 그 여자../ 詩, 서안나

노을 그림자 2016. 3. 31. 17:23



위층에 사는 그녀는 내 꿈이 어둠보다 더 견고해질 무렵 돌아온다
요란한 구두 굽 소리와 금속성의 열쇠로
내 꿈을 여는 그 여자
나에게 귀가의 순서를 외우게 하는 그 여자
날마다 술을 오지게 먹고 오는 그 여자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로 슬픔의 행방을 알려주는 그 여자
욕실 앞에서 멈추는 그 여자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여자
온 몸을 열고 방음되지 않은 슬픔을 토해내는 그 여자
자신을 스쳐간 손가락들을 욕실바닥에 꺼내놓는 그 여자
그리곤 큰 소리로 나의 슬픈 밤까지 엉엉 울어주는 그 여자
하수구로 흘러내리는 그 여자
흐르고 흘러 다시 맑게 피어나는 여자
몇 번 오가는 길에 마주쳤던 그 여자
늦은 오후 화사한 얼굴로 야단스럽게 집을 나서는 그 여자
세상의 어둠을 몸으로 끌어 담는 가죽부대 같은 그 여자
내 위층에 사는 곱슬거리는 긴 파마머리 그 여자
예수처럼 얼굴이 갸름한 그 여자
새벽마다 자신의 슬픔을 꾹꾹 밟고 오르는 그 여자 ..



위층 사는 그 여자.. 서안나


♬.. RICHARD CLAYDERMAN - Moon Ta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