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비 내리는 날의 단상../ 詩, 고 은 영

노을 그림자 2016. 5. 20. 22:12

 





6월 장마는 낯선 동경의 후미진 골목까지
구석구석 후비면서 서글픈 밤의 얼굴에
줄기찬 비애로 내리고 있었다

바닥이 없는 아득한 음부처럼
한없이 젖어드는 음산한 거리에
질척이며 번들거리는 상점의 입간판들이
을씨년스럽게 내 눈에 클로즈업되었다

골목은 텅텅 비어
끝없이 내 그리움만 자극하였다
드문드문 불빛마저 고독하여 불행한
이끼처럼 피는 견딜 수 없던 존재의 쓸쓸함

식어가는 육신의 찌끼보다
뜨거운 욕정으로 타오르던
단말마적 내부의 간절한 비명으로부터
미지로 떠도는 여전히 내게는 부재인 사랑 밀물처럼 밀려든 새로운 도시에조차
내 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기대했던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비슷한 우울 암울한 나 자신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를 거닐면서도
여전히 사람이 그리울 것이며
여전히 사랑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새로운 사랑을 찾아
끝없는 방황 속에 살아야 한다는 외로운 사실

그곳의 어둠으로부터 내리는 저 비처럼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인생 여정
그 밤은 썩어져 갈 순간까지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난 이방인 일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하였다 ..


비 내리는 날의 단상 ..- 고 은 영

♬..Giovanni Marradi -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