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커피믹스../ 시, 한옥순

노을 그림자 2018. 5. 2. 21:26

 

 

 

시시한 가슴앓이에다
부질없는 사랑을 들어부었습니다.
참, 진합니다.

 

너무 진한 사랑은 사랑도 아닙니다.
가슴속까지 쓰라리게 하지요.
진한 커피가 참, 뜨겁기도 합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니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데인 상처가 더 오래 남지요.

 

그녀가 눈치채지 않게
조금 조금씩 흘려버립니다.
슬픈 자국은 오래 남기면 안되니까요.

 

이제, 우리
등 돌려 돌아서 가면
구겨버린 종이컵처럼
뜨겁고 진하던 사랑도 쓰레기통에 처박히겠지요.

 

그녀가 내미는 차가운 손 잡으니
가슴속 한 귀퉁이에서 툭하고
종이컵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픈 기억에선
진한 커피 향이 납니다..

 

 

한옥순 / 커피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