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그리고

김상훈님의 / 둥글게 지는 노을처럼..

노을 그림자 2021. 6. 24. 16:27


내가 발이 빠지지 않는 허공을 찾겠다며
아프기 싫어 버리는 사랑 아파하면서
아플수록 그리워하다 마음 다치면서

봄 술집부터 그해 겨울 술집까지 다시 돌아와
눈물 그득한 세상 지그시 바라보고

한꺼번에 꽃불로 방화를 지르는 봄날이 되거나
한꺼번에 낙태를 감행하는 가을날이 되거나
나도 내가 조금 이해 못할 영혼을 지녔어도

지나간 것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 따위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따위에
내 삶 저당 잡힌 일 없다

잠시라도 나를 머물게 하는 내 안식의 처마는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 하나뿐

차마 어쩌지 못하고 세상 뒷길로 가버리는
그 흔하디 흔한 잎사귀의 생멸처럼

늘 둥글게 지는 노을의 단단한 영혼이
하늘에 닿았던 집요한 기억력으로 내게 종종
하늘의 무거운 상처를 일러주지만

나는 단지 내 생의 부음을 알리고자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려고 온 것 아니다..


둥글게 지는 노을처럼..- 김상훈

♬..박완규 - 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