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李生珍)

노을 그림자 2023. 4. 8. 00:30



"아내와 나 사이"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李生珍)

♬.. 최백호- 인생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