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늙은비의 노래 ../ 마종기

노을 그림자 2024. 3. 29. 18:20





나이 들면
사는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이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인가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 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 되어 지나갈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 할때
두꺼운 밤이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비가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에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늙은비의 노래 ..- 마종기

♬..Giovanni Marradi - R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