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사랑 아득히 멀어지는 ../ 김설하

노을 그림자 2025. 12. 12. 17:00







문밖에
찔레순 오르는 강 섶과
진달래 만발한 능선을 숨겨두고
새벽 안개가 찾아와 서성입니다

원두를 털어 넣고 넉넉히 뽑는
외눈박이 불빛 선명한 새벽
블랙커피를 기다리며 나는
창밖 정적을 훔치는데
당신은 무엇에 시선 조율하는지

언제였던가
내 가슴에 핀 꽃잎 진 일
그대 마음속 공유의 시간 사그라진 일
화려했던 날이 야위도록 내버려뒀던 일
아직도 무엇이 남아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안개 탓일 테죠
기억은 단순히 추억을 부르는 말 아닙니까

헤어지는 뒷모습이 아팠었던가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것이 슬퍼졌는가
오늘따라 쌉쌀한 커피가 왜 이다지 좋은지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던 날도 그랬었지만
지나간 것들은 그렇게 아득히 멀어지는
안개 날 때문입니다..


사랑 아득히 멀어지는 ..- 김설하


♬.. REMEMBER WHEN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