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그 여자 ../ 시, 최근희

노을 그림자 2017. 1. 22. 23:15

 





남편의 외도는 소라껍질을 닮았다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데
도무지 무너뜨릴 수 없는 그만의 단단한 틈,
소용돌이처럼 깊고 푸르다


그의 부재가 붉은 소라등처럼 부풀어 오르는 밤이면
여자는 화려한 네온사인 출렁이는 도시의 틈 사이를 서서히 유영해 간다
어둠이 익사해버린 복잡한 번화가
부표도 없이 표류중인 성인나이트,
벌써 만선이다


사방으로 튕겨지는 빛의 곡선들
그 빛이 추락하는 곳마다 온통 틈이다 틈! 틈!
그 틈 새로 어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팔딱이는 그 여자


이 푸른 고등어 같은 사내가 내미는 틈을 덥석 문다
경계는 흐려지고 중심은 흔들리고 어느새 알콜의 틈이 된 여자,
달콤한 연애도 꿈꾸는 사랑도 없다
현란한 조명에 온 몸을 데이고 나서야 다시 반듯해지는 여자,


밤새 격한 풍랑에 흔들리다 비로소 새벽 강가에 닻을 내린 성인나이트,
잠시 폐선이다
위태롭게 작두를 타는 어린 무당의 춤사위처럼
오늘도 아슬하게 틈과틈 사이를 유영하는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