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그냥 그대로였으면../ 김현희

노을 그림자 2022. 11. 20. 23:54




아따금,
조금씩만 생각나는 사랑이었으면..

온종일 힘겹게 내쉬고 들이쉬는 호흡이다
그리움으로 몸살 나게 하는 일 없게..

그냥,
흐르는 물처럼 소망하는 것도
욕심도 없이 편안했으면..

목안에 깊게 박힌 생선 가시처럼
밤이면 시퍼렇게 살아서
온 밤을 소리 없는 신음으로 보내는 일 없게..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게 별거냐고
잠시 서로 옷깃 스치고 지나는
바람 같은 인연이었을 거라고 .

더는 다가설 수 없는
꼭 그만한 거리에 서서
그저 바라만 보는 그냥 그대로였으면..

차마 측은한 마음 더두지 못하고
내 영혼의 실핏줄마다
깊고 깊게 뿌리 내려
그림자 되어 버렸으니 .

그냥 그대로,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 밤하늘의 달처럼
홀로 외로이 빛을 발하게 둘 수 없는 사람..

내가 죽어도 차마 버리지 못할 그리움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며
한발 물러서 바라만 봐도
애타지 않는 그냥 그대로였으면..


그냥 그대로였으면../ 김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