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글, 이해인

노을 그림자 2013. 7. 8. 23:07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하늘색 원피스의 언니처럼 다정한 웃음을 파도치고 있었네
더 커서 슬픔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실연당한 오빠처럼 시퍼런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네
어느 날 이별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남빛 치마폭의 엄마처럼 너그러운 가슴을 열어 주었네
그리고 마침내 기도를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파도를 튕기는 은어처럼 펄펄 살아 뛰는 하느님 얼굴이었네

이렇게 후련할 수 있을까
마음에 붙은 불을 물 같은 마음으로 꺼 버리고 바다에 나갔을 제
바다는 내가 감추어 둔 슬픔마저 눈치채고 가라앉혔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아 나와 함께 답답했던 바다여

이제 욕심을 버리려 바다에 왔을 제
처음으로 내 안에 출렁이는 자유의 바다여 저녁바다에서 내가 바치는 바다빛 기도는
속으로 가만히 당신을 부르는 것
바람 속에 조용히 웃어 보는 것
바다를 떠나서도 바다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 바다는 온몸으로 시를 읊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높게,때로는 낮게, 어느 날은 거칠게 ,어느 날은 부드럽게
가끔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멈추지 않고
시를 읊는 푸른 목소리의 선생님

바다는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푸른빛 때로는 남빛 어느 날은 회색빛 어느 날은 검푸른빛
가끔은 내가 알아보지 못해도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을
쉬지 않고 그리는 아름다운 선생님

바다에 가지 않아도 항상 내 안에는 바다가 출렁이네
눈을 들면 수평선 , 파도로 뛰는 마음, 늘 푸르게 살라 한다
물새로 깃을 치는 마음,늘 기쁘게 살라 한다..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 이해인

♬.. 얼굴..- 사라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