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노을 그림자 2020. 2. 27. 19:17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숨죽여 홀로 운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처럼 고백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두려워하며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Richard Clayderman - MO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