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노을 그림자 2021. 3. 26. 22:46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 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 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 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 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 이라고

 편지 첫머리 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 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 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Till / Richard Clayd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