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유리(遊離) 눈물 .. / 박소향

노을 그림자 2022. 2. 20. 18:20




무채색 혈흔이 낭자하게 떨어지다
산산이 깨어져 닿은 그 것에
살이 베인다

바닥까지 차오른 빗물을 끌어안고
숱하게 흔들리며 떠내려가던 밤
손끝에 걸리는 모든 것이
다 아팠다

작별의 날과 악수하던
끝 날 어느 시간처럼
쓰러질 듯한 어둠의 빈혈과
차가운 비(悲)의 유전(流轉)이
날마다 문을 여는 곳

서걱이며 방랑하는 억새꽃과 같이
울음투성이 허무에 가슴을 내어 주고
가끔씩 찾아오는 은빛 소망 하나
그 곳에 둔다

눈물의 자리에 견고히 존재하는
어떤 슬픔까지도
모든 사랑의 영지(靈地)임을...

유려(流麗)한 부산물에
조각조각 헤어진 나도
오늘
흐트러진 한 여자의 유서가 되고 있음이다

유리(遊離)눈물에 베어버린 살점을
님에게 건네며
가슴 어느 기슭 쯤에

내 숨의 자취를 남기듯이..


유리(遊離) 눈물..- 박소향

♬.. 슬픈 고백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