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사랑해도 될까요 ../ 서숙지

노을 그림자 2023. 2. 14. 19:21

 






맥없이 겨울비가 내렸어요
책장에 꽂힌 온갖 시집들이
나를 보며 비웃어요

시선을 돌린 곳에
야윈 달력 한 장이
냉담하게 또 바라보네요

버려도 아깝지 않을 잡다한 소품들
어느 것 하나 붙잡아 둘 것이 없는데
희어진 머리만큼 느려터진 기억 하나
용케도 찾아냈어요

그 남자의 눈빛이
그날 이렇게 묻더라고요
'사랑해도 될까요'

끝없는 평행선을 달릴
인생 열차의 티켓을 쥐여 주던 날
그날의 희미한 미소가
쓸쓸히 겨울비에 젖어요..


사랑해도 될까요..- 서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