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목로주점 / - 권오범 -

노을 그림자 2011. 9. 2. 00:23

 

 

 

 

목로주점  /  - 권오범 -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젓가락장단이
밤을 도와 어디선가 환생해
달팽이관에게 고자질하는바람에
오금이 쑤셔 날 데리러왔다는 유들유들한 친구

 

출출하던 차에 휘둥그레져 일가견 귀잠 깨워
추리닝바람으로 급습한 속달뱅이 판잣집
원탁 연탄화덕 셋에
팔 척 쯤 되는 늙은 송판 하나 엎드려있다

 

격에 맞는 노가리랑 알밴 양미리
연탄불 석쇠에 눕혀 고문하는 사이
김치로 입가심한 왕대포에 심연이 회오리쳤는지
친구가 갑자기 지랄병이 도졌다

 

게슴츠레하던 눈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쿵 짜자 쿵 짝
엽전 열 다~앗 냥, 코스모스 피어있는
저 혼자 북치고 장구 쳐, 정든 고향 역~

 

어느새 옆자리 자식또래 청춘남녀들과 한통속 되어
화덕 스테인리스 상판 두들겨 거들고 있는 나
다 늙어 야밤에 이 무슨 오두방정인지
친구야, 너나 나나 철들긴 다 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