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마당도 못 밟아서 글 모르지만 열여섯에 시집와서 자식 일곱 낳고 한 자식 잃었지만 육남매 거뜬하게 키운 내 어머니 이름은 심순대다 내 나이 열두 살이 되도록 시집살이에 매여 남동생 둘 잃고도 친정 한 번 못 가보고 주정뱅이 외삼촌 술 취해 올 때면 소나무장작으로 두들겨 패 쫓고는 불 아궁이 앞에서 눈물짓던 어머니 행여 누가 볼 때면 덜 마른 장작 탓이라며 두들겨 팬 동생보다 가슴에 멍이 더 든 내 어머니 이름은 심순대 고추대궁처럼 바삭 마른 어머니 이제는 관절염으로 장날 그 흔한 자장면 한 그릇 못 사드시고 녹두콩 열무다발 푼푼이 내다 팔고 벼농사 고추농사 찌들려서 끝물 두 무릎 쇠붙이 박아 걸음조차 못 내딛는 내 어머니 이름은 심순대 병원 약국 앞에서 심순대씨! 심순대씨! 하고 부를 때 사람들 그 이름 우습다고 키득대지만 '여기 갑니다. 심순대씨 갑니다' 나는 소리치며 약봉지 받아든다 이제 좀 편히 사시라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 지어드렸더니 새 집에 흙 묻는다고 현관부터 맨발로 들어서는 어머니 무릎 수술자국이 눈에 아려 왜 맨발로 들어가느냐고 소리치면 그냥 말없이 웃는, 이제는 너무 작아 어린아이 같은 내 어머니 이름은 심순대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 202번지 마당 넓고 잘 지은 그 집 문패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하나가 걸려있다 어머니가 한 번도 구경하지 못한 한문으로 쓴 이름 沈淳大 내 어머니는 거기서부터 맨발로 들어가시며 매일매일 바라보신다 .. 글; 시인 김시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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