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홀로.. 1 서울, 인천을 두고 마지막 피난지 부산으로 부산으로 도망가지 아니할 수 없었던 때 처량한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같았던 일들 당신은 바람찬 인천부두 아우성 속에서 저희들 먼저 떠나보내시며 괜찮다, 괜찮다 먼저 어서 어서 눈물 글썽 까만 조바위 흰 두루마기로 그 모습 그 말씀 어서, 손 흔드시며 어서, 늙은 것은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십이월 마지막 불어 닥치던 찬 바람 바닷바람 이거 사람의 자식으로 차마 아, 세월아 소월미도 돌아, 돌아다 보아도 까만 조바위 하얀 두루마기 외로운 갈매기 어머니 홀로 군산 앞 바다를 지나도 밤을 세워도 목포를 멀리 돌아도 다도해를 지나도 외로운 갈매기 어머니 홀로 하얀 두루마기 까만 조바위 아, 당신을 홀로 적진에 두고 이 불효 슬픈 일이었습니다. 2 어머니 급하시다기에 달라겼습니다 달려가 당신 방문 열자 어 너 왔구나 자식 무심도 하지 난 이제 틀린 거 같다 오랜 못 살거 같다 더 살 거 같지 않다 이걸로 당신이 떠나시기 전 한 주일 전 일이옵니다 여름날이었습니다 이날부터 한 주일 시름시름 당신은 자리에 누우신 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스스로를 보고 계셨습니다. 어린 제 눈에도 선히 보이는 당신 떠나시는 준비 서서히 이 세상 자리 거두시는 준비 아, 그 마지막 작업 눈 감으시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떠나시는 길 고요히 정히 맑게 해 드리기 위해서 의사는 부르지 않고 당신곁에 꼭 앉아 있었습니다 일 주일을 두고 눈을 감으셨다 떴다 또 감으셨다 이 세상 두루 마지막 살펴 보시곤 하시던 모습 식어가는 그 말씀 너 거 있구나. 3 1962년, 음력 6월 3일 아침 일곱시 맑은 아침해가 높이 솟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시간 다시 깨시지 않는 고요한 잠에 드셨습니다. 영원하다는 건 이걸 말하는 거 그 영원한 자리에 자리 옮기시어 고요히 극히 고요히 정히 눈 감으시고 깊은 잠에 드셨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그 수명 거두시던 모습 극히 고요하셨습니다 당신이 평소에 말씀하신 대로 당신이 찾으시던 그 부처님 곁으로 가심에 맑은 해 솟아오르는 아침이었습니다 하얀 새옷 갈아 입으시고 누워 계신 모습 일체가 고요한 고마움 당신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나 먼저 간다 얘, 잠깐이다 구순히 지내다 오너라 옳지 너 거 있구나 곁에 있구나 고맙다 당신 깊은 잠 깨실까 참는 이 마음 아, 먼 흐느낌이었습니다. 4 당신이 평소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대로 당신이 떠나시던 날은 추운 겨울날도 더운 여름날도 비내리는 날도 눈내리는 날도 궂은 날도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평소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대로 당신이 가시던 날은 저희들에게 폐가 되고 괴로움이 되고 고생이 되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맑은 날이 계속되고 많은 벗들이 당신에게 인사 오고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순서대로 잘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말씀대로 인사오신 많은 분들에게 고운 음식 맑은 음식 대접해 드렸습니다 당신이 생존해 계실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평소에 당신이 하신 것처럼 얘, 손님 오셨다 인사해라 대접 잘 해라 누우셔서 일일이 말씀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당신이 평소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대로 당신이 떠나시던 날은 맑은 당신의 그날이었습니다. 5 이름하여 편운재(片雲齋) 당신 곁, 솔나무 밭, 낮은 언덕 당신을 수시로 뵐 수 있는 자리 골라서 당신의 묘막 깎아서 세웠습니다 남향으로 멀리 천덕산 마루 오른쪽 서편엔 아버지, 할아버지 왼쪽 동편엔 떨어져서 당신이 계시옵는 자리 그 가운데 당신을 지키옵는 창문 밤이면 밝히는 등피 낮이면 여는 창문 한가로이 당신과 같이 하는 이 자리 청청한 볕, 우물에 괴고 너구리, 산토끼 들러서 가는 오밤중 방에 누우면 당신의 손목 이름하여 편운재 - 조각구름의 집 당신을 위하여 당신 곁에 당신을 수시로 뵐 수 있는 자리 골라서 돌 모아 세웠습니다 한 세상 조각구름 둥둥 빈 하늘 지면 그뿐, 당신 곁에 창을 마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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