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가을 연서(戀書) / 배찬희

노을 그림자 2020. 10. 9. 17:46

 








움직이지 마세요
가을입니다
애틋하게 매달린 나뭇잎 하나
당신의 사소한 몸짓에도 놀라
똑- 떨어지는

문은 열지 마세요
화간(和姦)하고 돌아서는 여인의 볼처럼
부끄럼 모르고 타오르는 갈잎들
오늘은 제발 창 너머로만
만족하세요


가을 비 서럽다고 본능으로만
본능으로만
훌러덩, 바닥에 드러눕는데
막차도 아쉬워 5분쯤
5분쯤을 기약하는데
이 땅에서 5분만 더 머무르세요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사랑보다 먼저 떠나세요
미련 끈 놓지 못해
미련하게 손짓하는
추억의 5분, 시간대 위로


아뿔싸, 건강치 못한 내 눈물이
당신의 건강한 발목을 걸었군요
그래요
아직은 가을입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Autumn Leaves" by Richard Clayd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