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 김광림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종삼(宗三)은 덤을 좀만 누리다 떠나갔지만 피카소가 가로챈 많은 덤 때문에 중섭(仲燮)은 진작 가버렸다 가래 끓는 소리로
버티던 지훈(芝薰)도 쉰의 고개턱에 걸려 그만 주저앉았다 덤을 역산(逆算)한 천재들의 밥상에는 빵 부스러기 생선 찌꺼기 초친 것 등 지친 것이 많다 그들은 일찌감치 숟갈을 놓았다 소월(素月)의 죽사발이나 이상(李箱)의 심줄구이 앞에는 늘 아류들이 득실거린다 누군가 들이키다 만 하다 못해 맹물이라도 마시며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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