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권현형

노을 그림자 2012. 7. 21. 01:24






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권현형


 내가 반쯤 젖고
당신도 절반쯤 젖었으니
우린 피차
마찬가지지요
시시한 인생들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애나 한 번 해볼까요
저 비 오는 질척한 거리로 나가
신발이 다 해지도록
마음마저 해져 차라리 나풀 나풀
화냥기 많은 계집의 치맛자락 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수캐마냥 암캐마냥


나돌아 다녀 볼까요
사랑하노라고
당신 없이는 죽어도 못살겠노라고
혀로 입술로 거짓 맹서라도 나누며
어디 살아 견뎌 볼까요


비오는 날엔 부디 당신의 눈빛을 가두시길
젖어 희번득거리는 그 외로움을
헉 ! 숨막히도록 빨아들인 누군가를 조심하시길
발정한
또 한 외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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