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그래, 이 가을에../ 장대규

노을 그림자 2020. 11. 4. 00:11

 





그래, 갈겨 쓴 낙서도 시(詩)가 되는
이 가을에
사랑 한번 나누자
짙은 애무 아니라도
팔랑이는 잎으로
봄 여름에 숨겨 왔던 속내를 토하면서
노란색 빨간색 구름꽃을 피워보자
주체 못 할 욕정은 불을 뿜는 활화산
정념은 농익어 단맛 밴 열매인 걸
석류의 벌어진 입 무음의 교성으로
겨드랑이 간질이는 살랑바람 속에서
샐비어 빛 입맞춤을
으슥한 빈자리 고르지 않더라도
너 나 마음에는 한결같은 욕구를
굳이 숨겨야 할 이유 있을까
깨끗이 털어놓고
발가벗는 나무처럼
사랑 한번 해 보자
이 눈치 저 눈치로 가슴이 열병하고
깊어지는 사색이 발은 잡는 미련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 같은 눈물로
몰래 저마다가 숨겨둔 이름 하나
버림이 아쉬워 홀로 껴안은 체
종종걸음치지 말고
발가벗는 나무처럼
툭 까놓고
한(恨) 풀릴 목소리로
크게 한번 불러보자
그래, 이 가을에
고해(告解) 같은 이 가을에..


김재성 - 가을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