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리고..

10월../ 오세영

노을 그림자 2023. 10. 25. 13:50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10월..- 오세영

♬.. "Autumn Rose" by Ernesto Cortazar